가부좌

©Jason

점적인 것도 아냐. 선적인 것도 아냐. 면의 문제도 아니야. 자유롭게 부유하는 존재들이 물리적으로 스쳐지나치거나, 혹은 그 에너지가 서로에게 묻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기다리고, 기다림이 끝나게 되고, 기다림이 만남이 되거나, 헤어짐이 되거나, 기쁨과 환희, 슬픔과 좌절이 되는 식의 검거나 어둡고 밝거나 빛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야.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야. 내가 기다리고 있는 그것이 나에게 의해 기다려지고 있는 것도 아니야. 존재함이란 것은 200분짜리 영화도 아니야. 우리는 그 영화의 주인공도 아니야. 액자 같은 건 없어, 카메라의 프레임도 없어, 모니터의 끝 가장자리와, 책이 종이가 끝나는 경계도, 시작과 끝도, 시작이라는 개념과 끝이라는 개념도, 관념자체도, 아무것도 사실은 없다고 말이야.

만나겠지. 헤어지고, 보내고 포기하거나 잊는다고. 그리워하고 마음 아파한다고, 땅에 묻거나 하늘에 태워 날려 보냈다고 믿겠지. 그런것도 아닌거라고 말이야.

제이슨, 난 너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좋아. 술에 취해 드는 기분이 들어. 그래서 네가 이런 이야기들을 읊조리면, 그리고 보통 너는 그럴 때 시선을 아래로 향하는데, 나는 그걸 한동안 듣고 있어. 네가 해오고 있는, 최근 들어 해오고 있는 그 이야기가 뭔지 알 수 있어. 유령이 되라고, 주역점 산가지를 늘어 놓고 있는 네 스스로 앞에 네가 마주 앉아서 귀신이 된다는 그 말이 뭔지 나도 이제 알아. 그리고 어느 날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조금 울었어. 슬픔도, 자유도, 해방도 아니거나 혹은 모든 게 다 섞여 있는 무언가였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조금 울었어. 관념이란건, 개념이란건, 정의과 구별, 개별이란 건, 집요함이란건 선명해지는 것 같다가도, 마지막 순간이 되면 흰색도 검정도 아닌 깊이도 있고 없는 회색에 갇히는 느낌이야. 그럼 우린 헤어나오고 싶어하지. 탈출과 해방을 기다려, 염원하지. 그런건 없어. 우리가 쌓기 시작했던, 애당초 쌓아올리기 시작했던 인식과 사고 체계 자체가 없어. 없는 거야. 기다림? 헤어짐? 비껴남. 탈출과 해방. 자유와 환희가 뭐야. 그런게 아니야. 부정하는게 아니야. 정의하는 것도 아니야. 긍정하는 것도 아니야. 아니란 거야.

제이 오늘 한국말 잘한다?

나, 한국말 잘해 원래부터. 까불지마.

만들어 낸거야. 원랜 없던 것들이야. 있어야 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없어야 할 이유도 없던 것들이야. 만들어 낸 사람은 그 안에서 살겠지. 만들지 않았거나, 부수어 낸 사람들은 거기에서 살겠지. 서로는 서로를 보며 의아해 할거야. 그렇게 살고, 그렇게 죽고, 끝이라고 생각하고, 버림 받았다고, 선택 받았다고, 운이 좋고, 성공 했다고 생각하거나, 실패에 좌절하고, 그렇게 새로운 인식과 관념과 생각을 뭉게 뭉게.

주인공이 아니야. 주인공이 아닌 것도 아니야. 시선을 가지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니야. 탈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귀신과 유령이 될 순 없어. 이해할수 있지도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어. 더욱 더 벗어나고, 더욱 더 멀어지고, 더욱 더 빠져 나오고, 그럼 자유로워 질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자유로운 것이란게 애당초 있었던 것도 없었던 것도 아니야. 

복잡성과 차원과, 시간이란 개념은 만들어 낸거야. 만들어진 것 속에 들어 앉아 가부좌를 틀고 편안하고 깨달음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며, 갇히고 또 더 많은 복잡성을 만들고 또 다른 가부좌를 틀고 있는거야.

너도 한국말 잘해 오늘. 넌 늘 잘하지. 내 말은.. 그래도 이 이야기를 끌어 냈어. 정리되지 않은 것 같지만, 어떤 얘긴지 알 수 있어. 이건 한국어, 독일어, 영어의 문젠 아니야. 어쨌건 이건 무슨 언어로 끌어 내도 골치가 아팠을 거고, 동등하게 골치 아팠을 거야.

그니까 내가 말을 잘 했단 거지? 한국말이 아니라?

그런 셈이지. 너무 자랑스러워 하네?  뿌듯해?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야. 더 하고 싶은 이야기야. 이것도 만들어진 관념이야? 나도 관념을 짓고 그 안에서 가부좌를 트는 거야?

알게 뭐야. 그럼 어때? 그렇지 않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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