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이유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크고 작을 순 있겠지만 다들 등에 이유를 달고 다닌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가족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 없고, 태어나서 언젠가 죽지 않을 사람도 없습니다.

나의 이유들이 가장 무거운 이유들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저 또한 때때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삽니다. 강 건너에는 불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강물 건너의 일이다. 불이 강을 넘어 오지 않을 것이다.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날이 가끔 있습니다.

오랜만에 잎차를 우렸습니다. 분청 잔에 가득 담아 마십니다. 빙렬에는 찻물이 스며들어 가네요. 그리 오래된 잔이 아닌데, 마신 차 보다 찻물이 더 빨리 물든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쌓이지도 않은 깨달음이 거짓으로 물들어 있어서 빚을 진 느낌까지 입니다.

불이 났네요, 여름 강물의 건너 편에는요.

나는 뒷짐을 지고, 차를 마십니다. 태어난 뒤 죽지 않은 사람은 아직까지 세상에 없다고 하더이다.

이유 없는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내 이유가 가장 무겁다고 사는 날이 가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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