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장 상인에게 부쳐 차를 빌다
들으니 석름봉 아래
예로부터 좋은 차가 난다지
때는 마침 보리 말릴 시절이라
기도 펴고 창도 역시 돋았을 터
궁하게 살면서 장재가 습관 되어
누린내 나는 것 이미 싫어졌다오
꽃무늬 돼지고기, 닭으로 쑨 죽은
호사스러워 함께 먹기 어렵고
다만 근육이 땅겨 고통스럽고
때로는 술에 취해 깨지 못하니
기공의 찻잎을 빌려
육우의 솥에다 달였으면 하오
보시하여 이 병을 물리친다면
뗏목으로 물 건너 줌과 무어 다르랴
불에 덖어 말리기를 법대로 해 주오
그래야 우려낼 때 색이 곱겠지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 ~ 1836),《여유당전서 시문집(梵海禪師文集)》 권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