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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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아.
그래? 우리는 주체가 되어서 생각해. 그래서 상황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우리는 상황 속에 있다고- 혹은 우리가 상황을 헤쳐나가고, 돌파하고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왜? 우리가 상황을 둘러싸고, 상황을 괴롭히거나 놀리고, 혹은 가지고 놀거나 도와주고 화나게 할 수도 있는거야. 세상의 법칙은 누가 정했어? 왜 우리는 일정한 방향으로만 생각해?
그래 맞아. 근데 주역이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 표현들 중 가장 간단하면서 보편적인 건 웃음이야. 웃음은 너무 쉽고 간단하지만 끌어내기는 아주 어려워. 너무 쉬워보여서 어렵지. 유혹하고, 화나게하고, 슬프게 하는 건 쉬워. 웃기는건 어렵지. 그래서 코미디가 어렵단거야. 제일. 모든 예술 중에.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깊이있는 웃음은 더욱 더 아름답지. 루이 씨케이를 좋아해. 귀신과 같은 사람이야. 다른 세상 속에 살지. 그리고 그거 알아? 대다수의 모든 성공한 코미디언들은 아주 불우하고 복잡한 유년을 살고 지속적으로 복잡하고 비보편적인 삶을 산다는 거?
제이슨, 그래서 주역이랑 무슨 상관이란거야?
새로운 시선이란 얘기야. 주역점을 치면 미래가 보여? 해결이 돼? 아니야. 그런데 그 과정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기대게되고, 위안을 받거나 돌파구를 찾지. 새로운 시선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같단거야. 신선하고 깊은 곳을 내려치는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어렵고 또 중요하다는 거야. 휘저음에 대한 거야. 생각하는 대로만 생각하고 바라보면, 해결할 수 없어. 그리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검은 상자를 열어보고, 조용히 그 뚜껑을 다시 덮어서 세상 가장 검고 깊은 곳에 밀어 놓고 잊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중요하지. 결국 그 상자를 잊고, 버리고, 없애는 방법을 찾고 있는거야 난.
반드시 모든 걸 해결해야만 하는건 아니야 제이슨.
그래 바로 그 얘기야. 해결? 그딴 게 뭐야. 해결해야하고, 해결되어져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만들어졌단 거야. 휘저으란 거야. 유령이 되란거야. 주역점을 치지 말고, 주역점을 치는 사람을 바라보고 마주 앉아있는 귀신이 되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