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관
바빴습니다. 바쁘고 싶었습니다. 걷지 않아도 되는데 부러 더 걷고 다녔습니다. 걸어서 오지 않아도 될 길을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놀라곤 합니다. 더운 날, 비오는 날에도 걸었습니다.
한 도예가의 자서전을 읽다가, 그의 작품을 만지다가, 차를 우려 내리다가 많이 울었습니다. 흔들림 없이 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어렵고, 숭고하고, 아름답고, 사치스럽지만, 아픈 길 인가요.
바쁘고 싶었습니다. 다시 쓰는 차 일기의 첫 글은 한국어이고 싶었습니다. 덥습니다. 걸었습니다. 예쁘고 멋진 도자기들을 한참 남기고 떠난 도예가를 한참 생각하면서 몇 주, 몇 달 보냅니다.
숭고한 길을 걷는 사람은 숭고함에 취해 있지 않고, 부지런한 사람들은 부지런함을 알지 못합니다.
나는 언제나 취해 있고, 알지 말아야 할 것들만 알고 보고 듣습니다.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조금 나아집니다. 더워도, 아파도, 도저히 못 걸을 것 같은 바로 그 날도 걷고,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도 잊을 때까지 걸어야 합니다. 나는 아직도 한참 걸어야 합니다.
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