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문경에 다녀왔어요. 가마터랑 박물관들에 가고 싶었거든요.
문경역 기차에서 내렸고, 단기로 차를 빌릴까 하다가, 버스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그러지 않았어요.
버스를 눈 앞에서 놓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릴까 하다가,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걷기 시작했어요. 걷다보니 걸을 수 있는 거리는 아닌데, 걷지 못할 거리는 또 아니라고 깨달았어요.
더운 날, 뙤얏볕에서 한시간여 걷자니 꽤 고되었으나, 인도도 잘 되어 있었고, 멀리 보이는 문경의 산등성이들이 꽤 좋았어요.
멈추지 않고, 쉼없이 걸었으나, 왼손을 차도 쪽으로 뻗어 엄지 손가락을 올리고 걸었어요. 누군가 차를 멈춰 문경새재 입구까지 태워 준다면 탈것이되, 누구도 멈추지 않는다면, 걷기로요.
아무도 멈추지 않았고, 저는 걸어서 박물관에 갔어요.
불평하는 사람이기 보다, 고개를 숙이고 걷되, 끊임없이 손을 뻗어 엄지 손가락을 올려두고 걷겠어요. 고개를 숙이고 걷되, 고개 들어 멀고 가까운 산을 보아야만 하는 순간이 올 때 그럴 수 있는 사람이기로요.
가마터가 있는 도시를 걸으며 늘 그 생각뿐이예요.
품에 안기지도 않는 한마리 용과 같은 가마 안에 한가득 불을 올려놓고, 용암같은 불구덩이를 바라보던 도공들 생각뿐 이예요.
그리고, 끊어질듯, 끊어지지도 않는, 그리고 걸을 수 있을 거리는 아닌데, 그렇다고 걷지도 못 할 거리도 아닌 이 길에 대한 생각뿐 이예요.
비껴나서 걷고,
걸으며 손을 뻗어 엄지 손가락을 올리고,
고개를 숙이되,
고개 들어 산을 바라봄에 게으름과 비겁함 없기로요.
며칠 말차만 마셨어요. 여름엔 간단히 말차 마시는게 무척 좋아요. 아침엔 오랜만에 다관과 숙우를 꺼내어 녹차를 내려 마십니다. 작은 찻잔 말고 오늘은 커다란 다완에 풍덩풍덩 차를 부어서 마셔요.
아무도 멈추지 않았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어차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것도 아니었어요. 만나게 될 사람은 만나고, 만나지 않을 사람은 절대 만나지 않게 되니까요.
입을 굳게 다물고, 고개를 숙이고 오늘도 걸어요.
엄지 손가락을 척 올려두고요.
괜찮아요. 아무것도 기다리고 있지 않아요.
제이.